“김웅민 목사님을 소개하면서…”
저는 주일을 기다리면서, 자못 떨리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저의 영적인 멘토와도 같은 김웅민목사님께 주일설교를 부탁드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김웅민목사님은 제가 목사 안수를 받은 이듬해, 부목사로 처음 사역했던 하와이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의 담임목사님이셨습니다. 제가 목회학 박사과정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을 때, 김목사님께서 저에게 전화를 주셨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뵙고 인사를 나눈 적도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는데, “사도 바울은 꿈 속에서 마게도냐 사람이 손짓 하는 것을 보았다는데, 혹시 하와이 사람이 손짓 하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고 하시면서 하와이에서 함께 사역하면 좋겠다고 초청해 주셨습니다. 공부를 마치는대로 가겠다고 약속을 드리면서, 김목사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와이는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결혼을 하자 마자 첫 부임한 교회였기에 그만큼 기대감이 있었고, 교회는 할 일이 많았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한국 땅을 떠나서 해외에 세운 교회로서는 최초의 교회였기에, 이미 90년을 넘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었고, 하와이 뿐만이 아니라, 캘리포니아-태평양 연회 전체에서 한인교회로서는 가장 큰 교회였기에, 그 자부심 또한 큰 교회였습니다. 교회의 규모만이 큰 것이 아니었고, 하와이 한인 이민사회에 끼치는 영향력 또한 큰 교회였습니다. 교회는 100주년을 앞에 두고, 100주년 기념 예배당 건축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비교적 젊은 연세에 그 교회에 부임하여, 대내외적인 일을 많이 감당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집안의 여러 목사님들을 가까이 뵈면서, 목회자의 리더쉽 스타일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목사님의 목회를 함께 하면서 새로운 목회자상을 대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때로 당황스러울 만큼 김목사님은 투명하고, 그렇게까지 하셔야 하나 싶으리만큼 진실하고, 그러면서도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나서지 않으면서도 어디서나 리더로서의 영향을 끼치고, 소박하지만 늘 행복한 목회자의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갓 목사가 된 제게, 같이 산을 오르면서, 같이 운동을 하면서, 같이 우동을 먹으면서, 목회의 진수(?)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는, 신학교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고, 책에도 없는, 그러나 목회자에게 꼭 필요한 그런 것들을 진솔하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김목사님은 저의 가장 귀중한 목회자의 모델이 되어 주셨습니다.
하와이에서 100주년 기념예배당을 혼신의 힘을 다해 건축하신 후, 이듬해에 자원하여 그 교회를 떠나 L.A. 한인타운 중심에서 대표적인 감리교회로 파송을 받아 목회하시고는, 다시 하와이 지방의 감리사님을 지내셨습니다. 미국 연합감리교단의 감리사님은 6년 전임으로 교회의 행정을 담당하며 목사의 파송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연회 감독과도 영향력이 맞먹는 중요한 자리이며, 한인으로서 한인교회를 포함한 미국교회 전체를 돌보는 지방 감리사님이 된다는 것은, 미국 전국에서도 몇 분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귀중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감리사 임기를 마치면, 대형 교회에 부임하여 은퇴하실 때 까지 편한 목회를 하시게 마련인데, 김목사님은 놀랍게도 자원하여 한인교회를 개척하셨습니다. 저는 김목사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을 하셨다고 생각이 됩니다.
큰 교회를 건축한 후에 스스로 떠나는 목사! 감리사 직을 마친 후에 개척하는 목사! 쉽게 만날 수 없는 분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김목사님은 제가 영등포제일교회로 오는 것이 결정되었을 때, 가장 먼저 전화를 드렸던 목사님이신데, 연로하신 어머님의 병세가 악화되어 찾으신 한국 방문 길에 저희 교회에 모실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가슴이 떨리는지 모릅니다. 우리 모두에게 귀한 만남이 되리라 믿습니다.